본문 바로가기

리뷰

드라마 추천 - 개인주의자 지영씨

나는 tv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너무 호흡이 길다 보니 보던 중 지루해지기가 일쑤이고, 1시간 내내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작품은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늘 중간에 하차하곤 했다. 재밌다고 난리들인 로맨스 드라마를 봐도 별로 감흥이 없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에 공감도 되지 않았다. 현실에는 없는 픽션이라는 점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고를 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평범한 이야기들은 별로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지 내가 원하는 평범한 일상 드라마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던 중, 개인주의자 지영 씨라는 짧은 단막극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사회생활을 겪으며 인생의 풍파를 겪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가던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드라마였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 드라마도 100%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갑자기 등장하는 재벌 2세니 뭐니 하는 어이없는 전개는 없기 때문에 나름 현실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개인주의자 지영 씨는 가정의 불화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어른이 된 지영 씨가 주인공이다.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도, 가족도 없다. 남자친구에게도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고, 직장동료들과도 선을 긋고 지내며 자기 자신은 이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늘 정신과에 들락날락하고, 예민하며 까칠하다. 한편 지영 씨의 옆집에 사는 남자는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의 상처로 오히려 애정결핍에 걸려버린 유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 늘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고 외로움이 덮칠세라 밖을 나선다. 다른 사람들에게 '호구'라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혼자 있는 게 더 무섭고 싫어 늘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지영 씨는 그런 그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옆집 남자도 그녀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서로 싫어하지만, 어떤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그런 내용이다.

물론 가까워지는 계기가 어이없기도 하고, 단막극이다 보니 중간중간 전개가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공감하면서 봤다. 사람들한테 상처받는 게 싫어서 먼저 인연을 끊어버리고,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외로워지는 지영이의 모습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일지라도 외로움이 더 싫다는 남자의 모습이 한심하게 보이다가도 공감되기도 했다. 왜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태어나 상처받고 상처 입혀도 서로가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드라마도 뭔가 더 잘 다룰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너무 쉽게 끝을 맺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나름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가족들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오게 되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듯이 모든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 줄 수는 없어서 나를 상처 주는 사람들도 많고,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나를 떠나버리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난 또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 봐 걱정하고 조심했다. 사람들이랑 있으면 좋긴 하지만, 꼭 상처받는 일이 생겼고, 그렇다고 혼자 있자니 너무 외로운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과연 인간관계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나날들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역시 이런 고민은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결국 밖으로 나오는 지영이를 보며 결국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지기도 했다.

아무튼 결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한 번씩 보면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건 방영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요즘 다시 생각이 나서 찾아봐도 잘 없길래 포기하고 있다가 저번에 구독을 시작한 웨이브 wavve에서 발견했다. 아마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웨이브를 이용하고 있는 분들은 이 작품을 꼭 한 번씩 봐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응형